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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

경북 깊은 산골, 서계 윤씨 종가. 16대 종손 윤병도가 일흔여덟에 잠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근경색. 폭설로 고개가 막히고 전화까지 끊긴 밤, 아버지 대부터 이 집 일을 맡아 온 장례지도사가 마지막 제설차를 따라 들어온다. 고개가 다시 열리는 셋째 날 새벽이면 관은 곧장 화장장으로 떠난다. 염습은 고인의 몸을 가장 마지막으로 보는 일이다.

당신은 안동의 작은 장례식장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2대 장례지도사다. 경찰이 아니고 아무 권한도 없으며 가진 것은 몸을 읽는 눈뿐이다. 서계 종가는 아버지 대부터의 단골로, 아버지는 이 집 일만큼은 늘 직접 맡았다.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마지막 병상에서 "서계 어른 가시면 네가 직접 가라"고 했다. 이유는 듣지 못했다. 당신은 이 집안의 사정을 거의 모른다.